[커피 이야기] (제2화): 프리드리히 대왕과 '커피 냄새 탐정': 커피 냄새를 맡으면 체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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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베를린 골목의 수상한 코
1781년 어느 겨울 아침, 프로이센의 수도 베를린. 낡은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골목 한가운데 멈춰섰다. 그들은 칼을 뽑지도 않았고, 담장을 넘지도 않았다. 다만 눈을 감고 코를 벌름거렸다.
"잠깐, 냄새가 나지 않나?"
"무슨 냄새 말인가?"
"반역의 냄새."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 집 굴뚝에서 고소하고도 쌉싸래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집이군."
그들은 문을 두드렸다.
"왕명이다! 문을 열어라!"
집 안에서는 한 여인이 화들짝 놀라 커피 주전자를 치마 속에 감췄다. 딸은 볶던 원두를 서랍 속에 쏟아 넣었고, 할머니는 태연하게 보리차를 마시는 척했다.
"무슨 일입니까?"
군복을 입은 남자가 방 안의 공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불법으로 커피를 볶았군."
그들의 이름은 커피 냄새 탐정, "카페슈뉘플러(Kaffeeschnuffler)" 였다.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코로 범인을 잡았던 사람들이었다.
1. 커피를 사랑한 왕,
백성의 커피는 금지
당시 프로이센을 다스리던 사람은 프리드리히 2세였다. 그는 전쟁과 행정에 능했고, 철학과 음악을 사랑한 계몽군주였다. 플루트를 직접 연주했고, 볼테르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바흐에게 즉흥연주 주제를 던져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를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자신은 커피를 매일 마시면서도 백성들이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것은 못마땅해했다. 왜였을까? 당시 커피는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비싼 상품이었다. 프로이센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나라의 은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전쟁을 여러 차례 치른 국왕에게는 백성의 입맛보다 텅 빈 국고가 더 심각했다. 왕은 생각했다.
'백성들이 외국산 커피 우리나라에서 만든 맥주와 보리 음료를 마시면, 돈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겠지.'
논리는 그럴듯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욕망을 한 가지 몰랐다.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는 것을.
2. 커피는 왕실에서 볶은
것만을 마셔라
1781년 1월 21일, 프리드리히 대왕은 커피에 관한 강한 명령을 내렸다. 일반 가정에서 커피를 볶아서는 안 되며, 국가가 공급하는 비싼 커피만 구입하도록 한 것이다. 개인이 몰래 원두를 수입하거나 집에서 볶으면 처벌받았다. 부자들은 비싼 국가 커피를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자 베를린 시민들은 순수하게 보리차로 돌아갔을까? 그럴 리 없었다. 밀수꾼들은 국경을 넘어 원두를 들여왔고, 가정에서는 문을 잠근 채 커피를 볶았다. 어떤 사람은 원두를 밀가루 포대 밑에 숨겼고, 어떤 사람은 석탄 자루 속에 감췄다. 문제는 볶은 커피가 너무 정직하다는 것이었다. 커피콩은 숨길 수 있어도 커피 향기는 숨길 수 없었다. 창문을 닫고 문틈을 막아도 고소한 냄새는 굴뚝을 타고 골목으로 흘러나갔다. 한 집에서 몰래 볶은 커피 향기가 이웃집 세 집을 지나 왕의 단속반 코에까지 도착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마침내 커피를 잡기 위한 특별요원들을 투입했다. 그들이 바로 '커피 냄새 탐정'이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들 코를 들다
커피 냄새 탐정에는 전쟁에서 다쳐 현역으로 복무하기 어려운 퇴역 군인들의 주로 고용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단순하면서도 기묘했다. 베를린의 뒷골목을 돌아다니며 코로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왼쪽 집은 양파 수프." "오른쪽 집은 탄 빵."
커피 향기가 나는 집을 발견하면 안으로 들어가 불법 원두와 로스팅 도구를 수색했다. 커피 주전자와 원두가 발견되면 벌금을 물리고 물건을 압수했다. 독일 역사자료에는 퇴역 군인인 커피 탐정들이 집에 들어가 불법 커피를 단속하는 장면이 남아 있다. 당연히 시민들은 그들을 몹시 싫어했다. 이웃집에서 커피 냄새가 나면 밀고하는 사람도 생겼고, 평소 사이가 나쁘던 사람을 곤란하게 하려고 일부러 거짓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웃 간의 우정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커피 탐정이 한 노파의 집을 덮쳤다.
"분명히 커피 냄새가 난다!"
노파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늙은이가 무슨 돈이 있어 커피를 마시겠소?"
"그렇다면 저 주전자는 무엇인가?"
"약물이오."
"무슨 약인가?"
노파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왕의 명령을 견디게 해주는 약이오."
그 순간 옆방에서 웃음이 터졌고, 탁자 밑에 숨겨진 커피잔이 바닥으로 굴러나왔다.
왕은 커피 향기에 패배
프리드리히 대왕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을 물리쳤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려는 백성의 욕망까지 정복할 수는 없었다. 국가가 커피를 독점하자 값이 올랐고, 값이 오르자 밀수가 늘었다. 밀수가 늘자 단속을 강화해야 했고, 단속을 강화할수록 시인들의 불만은 커졌다. 커피 금지정책은 오히려 커피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어제까지 평범한 음료였던 커피가 이제는 왕의 눈을 피해 마시는 '금지된 쾌락'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커튼을 치고 작은 잔을 꺼냈다. 원두가 없으면 보리와 치커리를 볶아 커피 비슷한 음료를 만들었다. 왕은 백성에게 커피를 잊게 하려 했지만, 백성은 커피 없이 사는 커피를 흉내내는 법까지 배워버렸다. 커피 탐정들은 1781년 무렵부터 프로이센 거리에서 활동했고, 프리드리히 대왕이 세상을 떠난 뒤인 1787년 국가의 커피 독점이 폐지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커피를 없애려 만든 제도가 겨우 몇 년만에 끝난 것이다.
사건이 남긴 경제학
프리드리히 대왕의 커피전쟁은 오늘날에도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정부가 사람들의 욕구를 명령으로 억누르고 가격까지 통제하면, 상품이 사리지는 것이 아니라 암시장이 생길 수 있다. 단속이 강할수록 밀수의 이익도 커진다. 커피를 금지시키자 커피상인이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니라 밀수꾼이 등장했다. 가정의 평범한 주부들은 비밀 로스터가 되었고, 퇴역 군인들은 커피 냄새를 찾아다니는 공무원이 되었다. 한쪽에서는 커피를 숨기기 위해 머리를 쓰고, 다른 쪽에서는 그 냄새를 맡기 위해 세금을 썼다. 국가 전체가 커피 한 잔을 두고 거대한 숨바꼭질을 벌인 셈이다. 왕은 돈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그 대가로 행정비용과 국민의 불신을 키웠다. 경제에서 인간의 욕망을 빼고 계산하면 어떤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에필로그 향기는 체포할 수 없다
어느 날 마지막 커피 탐정이 베를린 골목을 걸었다. 그는 습관처럼 코를 들어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빵 굽는 냄새, 젖은 나무 냄새, 마차에서 떨어진 말똥 냄새 사이로 익숙한 향기가 흘러왔다. 분명 키피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집의 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었다. 커피 독점정책이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참 동안 그 집 앞에 서있었다. 평생 잡으러 다녔던 냄새가 처음으로 아무 죄 없이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창 문이 열리더니 한 여인이 물었다.
"커피 한 잔 드시겠어요?"
전직 커피 탐정은 잠시 망설이다 모자를 벗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압수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유럽의 여러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끝내 이기지 못한 적이 하나 있었다. 칼도 총도 들지 않고, 굴뚝과 창문 틈을 빠져나와 온 도시를 점령한 것. 바로 갓 볶은 커피의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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